박물관 수장고에 불이 난다면?
— 소화설비를 염두에 둔 수장대 설계 이야기
수장고에 불이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장고는 박물관·미술관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엄격하게 보호받는 곳입니다.
전시실이 관람객과 마주하는 ‘얼굴’이라면, 수장고는 조용히 시간을 지키는 ‘심장’에 가깝지요.
그래서 많은 박물관 수장고는 건축 단계에서부터 외부와 공기층으로 차단·밀폐되도록 설계됩니다.
수장고 바깥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불꽃과 열기가 바로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일정 시간 버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시간 동안:
- 자동 화재 감지 및 소화설비가 작동하고
- 소방차가 도착하여 진압을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하지만 아무리 건축이 시간을 벌어준다 해도, 수장고 안의 유물은 대체 불가한 존재입니다.
한 번 훼손되거나 소실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건축·설비와는 별개로 수장대와 수장고 가구를 설계하는 입장에서도
“만약 불이 난다면, 물·열·연기로부터 유물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소화설비와 수장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수장고의 소화설비, 전시실과 무엇이 다를까
전시실은 항상 사람들이 오가고, 피난 동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소화·피난 계획이 철저히 ‘사람 중심’으로 짜이게 되지요.
반면 수장고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이 아니라 유물이 훨씬 많은 공간입니다.
문이 닫혀 있는 시간이 길고, 평소에는 최소 인원만 출입합니다.
그래서 수장고의 소화 계획에는
“사람을 어떻게 빨리 대피시킬까?”와 함께
“유물이 최소한의 손상으로 살아남도록 어떻게 설계할까?”
라는 관점이 함께 들어갑니다.
일반적으로 수장고에는 다음과 같은 설비들이 검토됩니다.
- 스프링클러(습식·건식)
- 가스계 소화설비(불활성 가스, 할로겐화합물계 등)
- 방화구획·내화구조·방연구획
- 연기 제어 및 배연 설비
여기까지는 주로 건축·설비의 영역입니다.
대원모빌랙이 수장고 가구를 설계할 때 더 깊이 고민하는 지점은 그 다음입니다.
“이 설비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순간,
우리 수장대 위의 유물들은 어떤 상황을 맞게 될까?”

스프링클러와 수장대 – 물이 ‘직접 맞지 않게’ 하는 설계
수장고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장면은 아마 이럴 것입니다.
천장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지고,
선반 위 유물들이 그대로 물을 맞으면서 젖는 모습.
그래서 수장대를 설계할 때는
“물이 어떻게 흐르도록 만들 것인가”
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원모빌랙의 수장대 상부 구조는 단순히 “튼튼한 프레임”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 물이 유물에 곧바로 수직으로 쏟아지는 것을 최대한 피하면서
- 수장대 주변으로 고르게 흘러내릴 수 있도록 하고
- 상단 구조와 기류가 방해받지 않도록 해
- 소화수가 고이지 않고 흐르는 길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합니다.


여기에 더해, 대원모빌랙은 **“데드스페이스 없이 고도 격납”**을 지향합니다.
즉, 빈 공간을 최소화해 격납 효율을 높이는 방식인데, 이 경우 수장대가 빽빽하게 들어서게 되면서 **공기·연기·소화수(물)**가 흐를 틈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 상부뿐 아니라 수장대 사이, 앞·뒤·아래에도 공기가 흐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남기고
- 필요에 따라 타공·메쉬 등 열린 설계를 적용해
-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을 때 소화수가 특정 지점에서 막히지 않고 흘러나가도록 구조와 배치를 함께 결정합니다.
“더 많이 넣기”만을 목표로 하면,
위기 상황에서 유물이 더 큰 피해를 겪을 수 있습니다.
격납 효율과 안전 사이의 균형이 늘 중요합니다.
가스계 소화설비 – 물 대신 가스를 쓰는 수장고에서
최근에는 수장고의 특성에 따라 물 대신 가스계 소화설비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 종이나 기록물, 서화류가 대부분인 수장고
- 물이 닿는 순간 복원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유물이 많은 공간
에서는 불활성 가스나 할로겐화합물계 소화약제를 이용해
불꽃과 산소를 동시에 제어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때 수장대에는 또 다른 관점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 가스는 공간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야 하고
- 수장대 주변의 케이블·전자기기·제어장치는 가스 노출 시에도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하며
- 열·연기가 수장대 주변에서 갇히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기류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대원모빌랙은 이런 점을 고려해,
- 수장대 상부의 케이블트레이, 전기 배선, 제어장치는 난연 소재 하우징으로 감싸 보호하고
- 가스 분출 헤드 주변에 구조물을 과도하게 밀집시키지 않으며
- 유물 사이사이로 가스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도록 통로와 틈을 설계합니다.
즉, 내진·격납·기류·소화에 관한 고민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처럼 유기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수장대와 기류 – 불이 꺼진 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소화설비가 작동해 불꽃이 꺼진 순간이 끝은 아닙니다.
보존 관점에서는 그 이후가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소화수가 뿌려지거나 가스가 분출된 뒤에는,
- 습기가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는지
- 뜨거운 공기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출되는지
- 남아 있는 연기와 미세먼지가 수장고 안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이 모든 요소가 유물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수장대 설계에서는 기류 흐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층형 수장대든, 단층형 수장대든, 회화랙이든, 대원모빌랙은
- 선반 판재를 어떻게 구성할지
- 전면판·상판·뒷판·측판을 어디까지 둘지, 또 어디를 열어둘지
- 수장대 모듈 사이의 간격과 통로 폭을 얼마나 확보할지
를 함께 고려합니다.
평상시에는 공조 시스템과 잘 어우러져 조용히 숨 쉬는 수장고가 되도록,
위급 상황에서는 공기·연기·소화약제가 막히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류를 위한 공간 확보”는 수장대 상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이·아래·위·앞·뒤 전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수장대 설계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입니다.

수장고는 생각보다 오래 버티도록 설계된다
건축적으로 수장고는 대개 외부와 분리된 방화 구획으로 설계됩니다.
- 벽·바닥·천장에 일정 시간 이상의 내화 성능을 요구하고
- 출입문은 방화문 등급을 적용하며
- 어떤 곳은 문을 2겹 이상 통과해야 수장고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계획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장고 바깥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 화염이 바로 안으로 들이닥치지 않도록 하고
- 그 사이에 자동 감지 설비가 화재를 포착하고
- 소화설비가 작동하며
- 소방대가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합니다.
하지만 구조체가 오래 버틴다 해도,
그 안에 있는 유물은 온도·연기·습기·소화수·진동·충격 등 여러 요인으로부터 서서히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대원모빌랙은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건축과 설비가 1차 방어선이라면,
유물에 가장 가까이 있는 수장대는 2차 방어선이다.”

소화설비를 염두에 둔 수장대 설계
대원모빌랙의 내진·격납·소장 설계는 항상 함께 움직입니다.
- 지진이 나도 최대한 덜 흔들리도록
- 화재가 나도 물·가스·연기가 유물 전체에 균일하게 작용하도록
- 평소에는 공조와 조도 계획에 맞춰 조용히 기능하도록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고민합니다.
그래서:
- 상부 프레임의 형식
- 선반과 기둥, 파티션의 배치
- 케이블트레이·조명·센서 등 각종 부가 장비의 위치
- 수장대 모듈 사이의 간격과 통로
이 모두가 내진 + 소화 + 기류를 함께 고려한 결과물이 됩니다.
그동안 이런 이야기는 주로 제안 발표나 수요기관과의 기술 미팅 자리에서만 조용히 나누어 왔지만,
오늘은 그 고민의 일부를 살짝 꺼내보았어요
.
“대원모빌랙이 어떤 생각으로 수장대를 설계하는지”를 엿보는 정도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불이 나지 않는 수장고가 최선, 그러나 ‘만약’을 버리지 않는다
수장고에서 가장 이상적인 화재는,
말할 것도 없이 “평생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화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과 보존 전문가들은 항상 “혹시라도”를 전제로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대원모빌랙도 같은 마음입니다.
- 화재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 혹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물이 최소한의 손상으로 버틸 수 있도록 돕고
- 그 이후 복구 과정에서도 최대한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것.
이 모든 과정에서 수장대는 단순한 철제 가구가 아니라,
유물 곁에서 끝까지 함께 버티는 보이지 않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 내진
- 소화
- 기류
- 격납
이 네 가지를 한 번에 묶어서 생각하며,
“수장고의 보이지 않는 안전”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대원모빌랙 박물관사업부 카톡채널

'수장고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물관·미술관 수장고, ‘환경 관리’가 먼저입니다 (1) | 2025.12.09 |
|---|---|
| 박물관의 핵심 공간, 수장고(Storage Room)란 무엇인가? (3) | 2025.12.01 |
| 보이는 수장고 · 열린 수장고 에티켓 — 박물관을 더 깊게 즐기기 위한 작고 중요한 배려들 (0) | 2025.11.20 |
| 이층형 수장대, 수장고에 어떤 장비를 선택해야 할까요? (3) | 2025.11.18 |
| 전시형 수장고? 수장고형 전시실? (0) | 2025.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