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 대하여

개방형 수장고 트렌드 — 보이는 수장고에서 열린 박물관으로

dwstorage 2025. 11. 10. 17:26

박물관의 뒷문이 열리다

박물관의 수장고는 오랫동안 닫힌 공간, 즉 관람객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그곳은 유물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말 그대로 시간의 창고였죠.

하지만 최근 세계 박물관계에서는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장고가 단순한 ‘보관소’를 넘어 공유와 참여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개념이 바로 **개방형 수장고(Open Storage)**입니다.

 

 


 

상: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루스센터, 좌하: 크랜브룩미술관, 우하: 브루클린박물관

개방형 수장고란 무엇인가

 

‘개방형 수장고’란 말 그대로 열린 보존 공간을 의미합니다.
관람객이 유리창 너머로 내부를 볼 수 있거나, 일부는 직접 들어가 유물을 관람할 수도 있는 형태죠.
즉, 수장고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닌 전시의 일부로 통합된 개념입니다.

 

🟦 보이는 수장고 (Visible Storage)

유리창이나 투명벽을 통해 수장고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의 3·7·8수장고,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역수장고 등이 좋은 예시죠.

 

🟩 열린 수장고 (Open Storage)

관람객이 실제 수장고 안으로 들어가 유물을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대표적입니다. 관람객은 수장고 안을 직접 걸으며 작품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 하이브리드 수장고 (Hybrid Storage)

보존·연구·전시가 공존하는 복합형 수장고입니다.
대구 간송미술관처럼 학예사들의 작업을 유리창 너머로 관찰하거나, 정해진 시간에만 내부를 공개하는 형태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즉, 보이는 수장고와 열린 수장고는 개방형 수장고의 세부 유형이며,
하이브리드형은 그 중간 단계로 전시성과 보존성의 균형을 중시하는 모델입니다.

 

 


 

 

‘보이지 않던 90%’를 여는 기획

 

빅토리아 앤 앨버트 이스트

 

전 세계 대부분의 박물관은 소장품의 5~10%만 전시합니다.
나머지는 보존 목적의 수장고 속에 머무르고 있죠.

1970년대, 일부 큐레이터들은 이 사실에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박물관의 자산 대부분이 관람객에게 닿지 않는다.”
이 질문이 바로 **개방형 수장고(Open Storage)**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보존과 안전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소장품을 공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와 **열린 수장고(Open Storage)**의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루스 센터처럼
보존과 전시의 경계를 허문 공간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한 ‘면적 확장’이 아니라
박물관이 가진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는 것이었죠.

 

 


애리조나 주립 박물관

 

개방형 수장고의 역사

 

개방형 수장고는 1970년대 북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UBC 인류학박물관(캐나다)**의 오드리 호손(Audrey Hawthorn) 큐레이터가
    세계 최초로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 개념을 도입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미국 Strong Museum(1982)**도 대중에게 수장고 내부를 공개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당시 민속·자연사 박물관들에서 “저장소를 전시의 일부로” 구성하는 시도가 이어졌고,
이후 ‘Visible Storage’, ‘Open Storage’, ‘Open Depot’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박물관의 역할은 보존에서 소통으로 확장되며,
개방형 수장고는 이제 하나의 세계적 표준이 되었습니다.

 

 

 


 

 

해외의 주요 사례

 

보이만스 판 뵈닝언 아트디포

🇳🇱 네덜란드 로테르담 — Depot Boijmans Van Beuningen

세계 최초의 완전 공개형(Open Depot) 수장고입니다.
약 15만 점의 작품이 층별로 정리되어 있으며, 관람객이 실제로 내부를 걸으며 볼 수 있습니다.
“수장고 전체가 하나의 전시관”이라는 개념을 실현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영국박물관 - 스터디 룸

🇬🇧 영국 브리티시 뮤지엄 — Study Room

사전 예약을 통해 일반인도 연구용 보관소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열람형 수장고(Study Storage)의 전형으로, 교육과 연구 중심의 공개 모델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루스 센터

🇺🇸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Henry R. Luce Center

미국 미술품을 위한 대표적인 Visible Storage 공간입니다.
큐레이션 없이 재질과 형태별로 빽빽히 정리된 진열은
“전시와 보존의 경계를 허문 수장고형 전시”의 상징으로 평가받습니다.

 

 

 


 

 

 

국내의 개방형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한국을 대표하는 **열린 수장고(Open Storage)**입니다.
관람객이 실제 수장고 내부를 걸으며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층별로 공개 수준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3·7·8수장고의 이동식 수장대를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형 구조입니다.
일부 구역에서는 학예사의 실제 작업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송미술관 대구

 

대구 간송미술관

학예사들이 유물 정리와 복원 작업을 수행하고,
관람객은 정해진 시간에 유리창 밖에서 그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전시와 연구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형 수장고의 좋은 예입니다.

또한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역수장고,
서울문화유산센터 횡성 통합수장고 등에서도
보이는 수장고형 설계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대원모빌랙이 수장가구 제작과 설치에 참여했습니다.
이층형 이동식 수장대, 전동 높낮이 유물작업대, 내진형 수장대 등
보존성과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설계로 박물관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개방형 수장고의 설계 핵심

 

개방형 수장고는 단순히 ‘열린 전시공간’이 아닙니다.
보존 안정성과 사용자의 안전성, 관람 동선, 작업 효율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 보존환경 제어 : 온도·습도·조도 관리
  • 내진 및 안전 설계 : 관람객 접근 시 진동·충격 최소화
  • 작업 효율성 : 학예사 동선과 관리 편의성 확보
  • 관람 동선 구획 : 연구 공간과 관람 공간의 안전한 분리

이 요소들이 함께 작동할 때,
수장고는 비로소 “보존과 개방의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미래형 수장고의 방향

 

앞으로의 개방형 수장고는
스마트 제어 시스템, IoT 기반 모니터링, 내진 자동화 기술이 결합된 지능형 보존 공간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보존의 기술이 전시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지금,
개방형 수장고는 미래 박물관의 새로운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 참고문헌

  • Wikipedia, Visible Storage
  • Thiemeyer, T. (2017)
  • Corona, L. (2024)
  • American Alliance of Museums (AAM)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