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완성도를 지켜낸 보존 공간 이야기
이번 현장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아카이브실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진행되었고,
보관 대상은 대부분 문서와 도서류 같은 지류 유물이었어요.
학예사님께서 문서의 종류, 양, 규격까지 꼼꼼히 정리해 주셨고
디자인은 서울공예박물관 아카이브실을 참고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또한 예산이 허락한다면 공예박물관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아크릴박스와 밀크박스도 제작해 보고 싶다고 하셨죠.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정된 조건 속에서 얼마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가”였습니다.
정말 퍼즐을 푸는 기분으로 하나씩 해답을 찾아갔습니다.

공간을 꼼꼼히 실측하다
모든 설계의 출발점은 현장 실측입니다.
레이저 줄자를 들고 공간 구석구석을 측정하며
천장 높이, 가로·세로 길이, 출입문 위치, 창문, 기둥, 스위치, 콘센트까지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이런 세세한 요소들이 선반 배치나 작업 동선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추가로 반입될 장비의 위치와 크기, 높이도 미리 파악했습니다.
전기나 기계 설비와 부딪히지 않도록 설계하려면
처음부터 전체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세계문자박물관의 경우, 제습기 설치 위치가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세부 설계와 배치 찾기
한정된 예산 속에서 선택한 방법은
기존 규격 제품을 변형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면을 여러 번 수정하며 문서 크기, 비율, 접근 동선에 맞춰
선반 간격과 구조를 세밀하게 조정했습니다.

제공된 규격의 도면과 지도, 포스터 크기를 수용할 수 있는 서랍,
공예박물관 느낌이 나는 철판 타공 도어 등
요구사항은 많았지만, 그 안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는 과정이
설계의 진짜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공예박물관의 감성을 살리되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이었죠.
함께 고민한 과정 – 공예박물관 아카이브실 레퍼런스 스터디
이 문제를 더 깊이 풀어보기 위해
공장 개발자와 함께 서울공예박물관 아카이브실을 직접 견학했습니다.
대원모빌랙 공장은 충북 음성에 있는데,
공장 차장님이 서울까지 오셨어요.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공간을 체험하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실물을 보며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면
의사결정 속도와 설계 완성도가 동시에 높아집니다.
소재의 질감, 모듈 구성, 조명, 색감 같은 요소를 직접 확인하면서
“이건 이렇게 풀면 좋겠다”는 의견이 빠르게 정리됐고,
그 덕분에 설계 방향이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예산과 품질, 그 사이 어딘가의 최적점
공장 개발자와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예산 안에서 구현 가능한 최적의 설계를 찾았습니다.
규격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맞춤 제작으로 진행했죠.
불필요한 특수 제작은 줄이되,
디자인의 완성도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한 조건이 설계 방향을 더 정밀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어요.
제약이 있을수록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해집니다.
공예박물관과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주어진 예산 안에서는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느낌만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디테일의 완성 – 아크릴박스와 흰색 밀크박스
아카이브의 인상은 결국 디테일에서 완성됩니다.
특히 문서류 보관용 박스는 공간의 질감과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어요.
학예사님은 공예박물관처럼
콘셉트 컬러의 아크릴박스와 흰색 밀크박스를 원하셨습니다.
(공예박물관은 회색과 청록 계열이지만, 문자박물관은 컬러 콘셉트가 달라 흰색과 푸른색으로 진행했습니다.)
수장대 색상, 박스 색상, 로고 등은 기관에서 제시해주신 방향에 맞추어 제작했습니다.


아크릴박스는 직접 도면을 그리고
을지로의 여러 공방을 찾아다니며 업체를 비교했습니다.
투명도, 마감, 접합 방식, 단가까지 꼼꼼히 확인한 끝에
만족스러운 품질의 제작처를 찾을 수 있었어요.
밀크박스는 더욱 까다로웠습니다.
흰색 자체가 국내에서는 기본 옵션이 아니고,
특수 제작을 하려면 일정 수량 이상의 주문이 필요했는데
이번 프로젝트 규모는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결국 중국 업체를 통해 제작과 수입을 진행했습니다.
배송과 통관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원하던 흰색 박스를 확보했습니다.
을지로의 아크릴 공방에서,
중국 공장에서,
그리고 우리 음성 공장에서 만들어진 모든 부품들이
예정된 시간에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정말 “모든 조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기분이었어요.
완성된 공간, 그리고 성취감
완성된 아카이브실을 보신 학예사님과 관계자분들께서
매우 만족해하셨습니다.
원하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공간 효율과 보존성, 디자인 완성도까지 모두 충족했으니까요.

예산의 한계가 있었지만
그 안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
우리 팀에게도 큰 보람으로 남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좋은 아카이브는 단순한 수납 공간이 아니라
기록이 오랫동안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요.
마치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아카이브실 프로젝트는
제약이 많을수록 창의력과 팀워크가 빛난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고민한 덕분에
공간의 기능과 미학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었어요.
보존 공간 설계의 실제 과정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해졌길 바랍니다.
언젠가 또 이런 ‘퍼즐 같은 프로젝트’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도 이번처럼 즐겁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공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보존의 공간: 동작구청 신청사 모빌랙과 행정박물장 (0) | 2025.11.28 |
|---|---|
| 오늘의 납품 현장, 바로~~~ 대원모빌랙 박물관사업부 사무실입니다. (0) | 2025.11.24 |
| 광명경찰서 수사기록물 보관실 맞춤 모빌랙 납품기– 규격제품의 한계를 해소한 ‘맞춤 설계’ 사례 (0) | 2025.10.29 |
| 대구도서관 보존서고 프로젝트 – 대원모빌랙의 기술로 완성된 기록 보존 공간 (0) | 2025.10.28 |
| 수장고 수장대 설치 현장, 지금 공개합니다 – 서울시문화유산센터(횡성) (0) | 2025.10.15 |